AI 학습과 창작권, ‘거부하지 않으면 사용’ 방식이 남길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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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습과 창작권, ‘거부하지 않으면 사용’ 방식이 남길 질문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제 글을 요약하고 이미지를 만들며 음악과 디자인의 초안을 제시하는 일상적 도구가 됐다. 그러나 이 편리함 뒤에는 아주 오래된 질문이 놓여 있다. 누군가의 창작물을 기술 발전의 재료로 활용할 때, 그 창작자에게는 어떤 권리와 보상이 보장돼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호주 연방정부가 AI 기업의 온라인 콘텐츠 이용을 둘러싼 저작권 제도 변경을 검토하면서 이 논쟁이 다시 전면에 나왔다. 정부는 올해 말 초안 법안을 내놓고, 2027년 의회 논의를 거치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법은 아니지만, 제도의 방향에 따라 예술가뿐 아니라 작가, 사진가, 언론인, 음악가, 디자이너, 소규모 콘텐츠 사업자의 생계 기반이 달라질 수 있다.
논쟁의 핵심은 AI 학습을 위해 콘텐츠를 사용할 때 누구에게 선택권을 줄 것이냐다. AI 기업 앤트로픽은 권리자가 사용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콘텐츠를 수집할 수 있는 이른바 ‘옵트아웃’ 방식을 제안했다. 기술기업 입장에서는 인터넷에 흩어진 방대한 자료마다 개별 허락을 받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AI 경쟁에서 호주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예측 가능한 학습
환경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창작자들이 느끼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사용하지 말라’고 표시하는 책임을 권리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라면, 자신의 작품이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수집됐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개인 창작자는 사실상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 특히 작품을 온라인에 공개해야 관객과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예술가에게 공개는 곧 무단 학습을 감수하라는 뜻이 될 수 있다.
시드니 내서부 그레이들러의 예술가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지역은 창작 활동과 문화 산업의 비중이 높은 곳이다. 현장 창작자들은 AI 자체를 전면 부정한다기보다, 자신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와 문장, 양식이 보상 없이 학습 데이터로 흡수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실제로 AI를 작업 보조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기본값이 ‘허용’이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앤서니 알바니지 총리가 창작자가 작업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도둑질과 다르지 않다며 강한 보호를 약속한 것은 중요한 기준점이다. 다만 보호의 원칙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학습에 쓰인 자료를 어느 정도까지 공개할 것인지, 권리자가 쉽고 무료로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지, 집단적 라이선스나 보상 체계를 만들 수 있는지처럼 실제 작동 방식이 뒤따라야 한다.
‘저작권 보호’와 ‘AI 혁신’은 반드시 한쪽만 택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 정당한 허가와 투명한 기록, 합리적인 대가 지급이 마련된다면 AI 기업도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창작자의 권리를 비용 없는 원료처럼 취급하면, 단기적으로는 데이터 확보가 쉬워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
호주 한인 창작자와 소상공인도 이 논의에서 멀리 있지 않다. 웹사이트의 사진과 홍보 문구, 블로그 글, 일러스트와 영상은 모두 디지털 환경에서 유통되는 창작물이다. 당장 자신의 온라인 저작물에 대한 이용 조건과 원본 보관 체계를 점검해 둘 필요가 있다. 다만 개별 표시만으로 충분한 보호가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이번 법안 논의는 개인의 주의에만 맡기지 않고, 창작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창작을 멈추게 하는 규제가 아니라, 창작이 계속될 수 있게 하는 공정한 질서다. 기술이 인간의 작품에서 배운다면, 그 배움의 대가와 책임 역시 인간 사회의 기준 안에서 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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