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안산책로에서 제30호 태풍 '참피'의 영향으로 높은 해수면과 거센 파도가 해안가를 덮쳤다. 평소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이 지역은 이날 접근조차 위험한 상황이었다.
현장에 있던 이정용씨는 한담해안산책로가 파도에 잠긴 모습을 보고 놀랐으며, 앞으로 해수면이 더 높아질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해안가가 유실되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관광자원까지 사라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주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되면서 태풍이나 큰 파도가 덮쳤을 때 해안 저지대의 침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 2022년 태풍 힌남노 때도 만조와 겹쳐 서귀포항 인근 육상까지 바닷물이 차올랐고, 거센 파도에 밀려온 돌덩이가 인근 상가에 큰 피해를 입혔다.
2020년 제주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제주 해안 1㎞ 이내 지역의 37%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재해취약지역으로 분석됐다.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해안은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해안 탐방로가 바닷물에 잠기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용머리해안 출입통제 일수는 2015~2020년 연평균 113일에서 2021~2026년(9월까지) 연평균 171일로 증가했다. 해수면 상승이 탐방로의 침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용머리해안에서 만난 해녀는 예전에는 물이 많이 빠지는 때에 다닐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때도 다니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 인근 해수면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1989년부터 2022년까지 제주지역 연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2.98㎜였으나, 2013년부터 2022년까지는 연평균 5.11㎜로 상승 속도가 약 1.7배 빨라졌다.
지하수 염수 침투도 문제로, 지하수에 크게 의존하는 제주 농업에 치명적이다. 국민대학교 연구진은 2050년과 2100년의 해수면 상승을 가정해 제주지역 지하수 변화를 예측한 결과, 지하수 염수화 정도가 최대 25.13%까지 상승할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서부지역에서 지하수 염분 농도가 높아져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오영훈 전 제주지사는 지하수 염분 농도가 급격히 높아져 피해가 발생한 사례를 설명했다. 지하수 염수 침투에는 가뭄과 과도한 지하수 사용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되면 바닷물의 지하 침투가 더욱 심해져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누적되면 농업과 주민들의 생계 기반이 위협받아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남태평양 섬나라에서 시작된 '기후이주'가 제주에서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남태평양 섬나라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피지의 나몰리 마을은 차오르는 바닷물을 막기 위해 방파제를 세웠지만 역부족이며, 코로토고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맹그로브를 심으며 바다에 맞서고 있지만 기후이주를 고민하고 있다.
피지 기상청에 따르면 피지 인근 해수면은 위성 관측 기준 연평균 4~5㎜ 상승하고 있으며, 현재 6개 마을이 이주를 완료했고 4개 마을이 이주를 진행 중이다. 이주 검토 대상에 오른 마을은 40곳이 넘는다.
이러한 위기는 피지만의 문제가 아니며, 투발루, 키리바시,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등 남태평양 여러 섬나라에서도 기후이주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피지 환경기후변화부 기후변화국 국장은 기후변화로 잃어버리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민들에게도 경고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투발루 출신 강사는 문제를 무시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으며, 지금의 선택이 다음 세대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Pixabay


@호주코리안닷컴 보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