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정신질환만을 근거로 한 의사 조력자살(MAID) 제도 확대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치매 등 불치병으로 인해 향후 의사결정 능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 사전 동의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캐나다 법무부는 10월 27일 ‘MAID 안전장치법’으로 불리는 법안 C-41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의사 조력자살 제도에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일정한 요건 아래 환자가 사전에 조력자살에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불치병 진단을 받은 성인은 질병이 진행돼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능력을 잃기 전에 향후 의사 조력자살을 받을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하기 전에 자신의 질병이 진행될 경우 어떤 상황에서 MAID를 받기를 원하는지 미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환자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하며, 법률상 자격 요건과 추가 안전장치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전 요청 제도를 실제로 도입할지는 의료서비스를 관할하는 각 주와 준주가 결정하게 된다.
이번 법안의 또 다른 핵심은 정신질환만을 유일한 기저 질환으로 가진 사람에게 MAID를 허용하려던 기존 계획을 중단하는 것이다. 캐나다는 2021년 관련 법을 개정하면서 자연적인 죽음이 임박하지 않은 환자도 일정한 조건 아래 의사 조력자살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정신질환만을 가진 사람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후 정부는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전문가와 의료계의 우려가 이어지면서 시행이 여러 차례 연기됐다.
캐나다 의회 의사 조력자살 특별공동위원회는 지난 6월 17일 제출한 보고서에서 정신질환만을 유일한 기저 질환으로 가진 사람을 MAID 대상에서 무기한 제외하도록 형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이번 법안에 이 권고를 반영해, 정신질환만을 근거로 한 제도 확대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MAID 확대는 회복 가능성과 환자의 취약성, 의료진의 판단 기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져 왔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도 2025년 보고서에서 캐나다의 정신질환 관련 MAID 확대 계획에 우려를 표하며, 정신질환을 유일한 기저 질환으로 가진 사람에게 적용되는 ‘트랙 2 제도’를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사전 동의 제도를 포함한 이번 법안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캐나다 안락사 예방 연합의 알렉스 샤덴버그 대표는 법안 내용을 검토한 뒤 “정신질환만을 근거로 한 안락사를 막는 조항은 포함됐지만, 실효성 있는 감독 체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진이 환자가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에서는 2016년 의사 조력자살이 합법화된 이후 이용 규모가 증가해 왔다. 캐나다 정부의 2024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MAID로 사망한 사람은 16,49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5.1%를 차지했다. 이는 2023년보다 0.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사진제공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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