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가 묻는 질문, 기후재난 복구를 빚으로 감당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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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가 묻는 질문, 기후재난 복구를 빚으로 감당해야 하는가

네팔과 중국 티베트 지역을 덮친 대홍수로 최소 1,400명이 숨지고 6,000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숫자만으로는 재난의 무게를 다 담기 어렵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 끊긴 도로와 무너진 기반시설 속에서 구조와 복구를 기다리는 지역사회의 시간이 함께 멈춰 섰기 때문이다.
네팔 총리가 유엔총회에서 던진 문제는 단순히 한 나라의 긴급구호 요청이 아니다. 히말라야 지역의 온난화가 빙하와 영구동토층, 산비탈의 안정성을 흔들면서 홍수와 산사태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경고다. 높은 산맥과 빙하가 지닌 변화는 멀리 떨어진 풍경의 문제가 아니라, 산기슭 마을의 주택과 농경지, 도로와 학교를 위협하는 현실이 된다.
더 큰 쟁점은 책임과 부담의 불균형이다. 네팔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에도 못 미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복구 비용은 국내총생산의 약 10%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배출에 적게 기여한 나라가 기후위기의 충격에는 훨씬 더 크게 노출되고, 재건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셈이다.
재난 직후의 식량·의약품 지원도 절실하지만, 피해 지역이 다시 일어서려면 장기 복구가 필요하다. 무너진 교량을 복원하고, 산사태 위험 지역의 주거지를 옮기며, 조기경보 체계와 통신망을 강화해야 한다. 생계를 잃은 주민이 다시 농사를 짓고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기까지는 수개월이 아니라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이때 국제 지원이 대출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재난은 곧 채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재정 여력이 부족한 나라가 복구를 위해 빚을 늘리고, 이후 상환 부담 때문에 보건·교육·재난 대비 예산을 줄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네팔 총리가 소규모 보조금이나 추가 대출이 아닌 충분한 무상 지원을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기후위기 지원을 둘러싼 국제 협상은 쉽지 않다. 누가 얼마를 부담할지, 지원금이 실제 피해 주민과 복원 사업에 투명하게 쓰이도록 어떻게 관리할지, 긴급 복구와 장기 적응 사업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 함께 풀어야 한다. 그렇다고 절차의 어려움이 지원 자체를 미룰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재난은 협상 일정에 맞춰 기다려주지 않는다.
호주를 포함한 부유국 사회에도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국경을 가리지 않으며, 산불·홍수·폭염 등 각 지역의 위험을 키운다. 다만 피해를 견딜 재정과 기반시설, 보험 접근성의 차이는 국가마다 매우 크다. 기후 대응은 각국이 자국의 배출을 줄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가장 큰 피해를 받는 나라가 재난 이후 빚더미에 오르지 않도록 돕는 국제적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
네팔의 대홍수는 ‘기후위기’라는 말이 추상적인 구호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망자와 실종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고통을 통계로만 소비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재난을 겪은 나라가 존엄을 지키며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동정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하게 분배된 기후위기 비용을 바로잡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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