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헤인스 피습이 남긴 경고, 정치는 적대가 아니라 공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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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헤인스 피습이 남긴 경고, 정치는 적대가 아니라 공적 책임이다

빅토리아주 인디 지역구의 무소속 연방 하원의원 헬렌 헤인스가 왕가라타 선거구 사무소 앞에서 차량에 치이는 공격을 당해 중태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호주 정치권과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수술 중 한쪽 다리를 잃었으며, 의료진은 다른 다리를 살리기 위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한 사람과 가족, 그를 믿고 찾아온 지역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이 먼저 헤아려져야 한다.
빅토리아 경찰과 호주연방경찰(AFP)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만큼, 범행 동기와 책임은 수사 및 사법 절차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성급한 추측이나 정치적 이용은 진실 규명에도, 피해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정치인을 향한 위협과 공격이 결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의견 충돌과 폭력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은 비판받을 수 있다. 정책 실패를 지적하고, 예산과 법안을 따져 묻고, 선거를 통해 책임을 묻는 일은 유권자의 정당한 권리다. 특히 지역구 의원은 개발, 환경, 의료, 이민, 세금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을 다뤄야 한다. 때로는 어떤 결정을 내리든 누군가의 강한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상대방의 안전을 위협할 권리로 바뀌는 순간, 정치는 더 이상 공론장이 될 수 없다. 정치인을 향한 폭력은 한 개인만 겨냥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 사무소를 찾는 주민, 보좌진, 자원봉사자, 그리고 앞으로 공직에 나서려는 시민 모두에게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결국 목소리가 큰 사람과 위협적인 사람이 공적 논의를 좌우하게 된다.
혐오 언어가 만드는 위험한 환경
사건 뒤 정치권에서 온라인 증오 발언과 폭력적 언어의 확산을 우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거친 표현이 현실의 폭력으로 곧장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정 정치인이나 집단을 끊임없이 적, 배신자,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부르는 언어는 상대를 동등한 시민으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온라인에서 반복되는 조롱과 협박, 인신공격은 화면 안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에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협박과 괴롭힘, 폭력을 선동하거나 정당화하는 말까지 보호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침묵이 아니라 더 정확하고 단호한 말이다. 정책에는 근거로 반박하고, 권력에는 자료와 절차로 책임을 묻되, 사람의 존엄과 신체 안전을 흔드는 표현에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한인 사회를 포함한 이민자 공동체도 예외가 아니다. 낯선 제도와 언어 환경에서는 자극적인 영상이나 확인되지 않은 게시물이 더 빠르게 퍼질 수 있다. 분노를 유도하는 제목을 곧바로 공유하기보다 출처와 맥락을 확인하고,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겨냥한 위협성 발언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실제 위협이나 폭력 상황을 목격했다면 온라인 논쟁으로 맞서기보다
경찰 등 관계기관에 알리는 것이 우선이다.
헬렌 헤인스 의원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과 별개로, 이 사건은 호주 사회가 정치적 불일치를 어떤 방식으로 다룰지 다시 묻는다. 정치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해와 가치 속에서도 함께 살아갈 규칙을 찾는 일이다. 그 최소한의 규칙은 누구도 자신의 의견 때문에 다치거나 두려움 속에 살아서는 안 된다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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