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덴튼이 남긴 것, 아이들이 책 속에서 발견한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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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덴튼이 남긴 것, 아이들이 책 속에서 발견한 놀이터

호주 아동문학을 이야기할 때 테리 덴튼의 그림을 빼놓기 어렵다. 멜버른 출신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는 76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선은 여전히 수많은 아이의 책장과 교실, 도서관에서 살아 움직일 것이다. 그가 남긴 유산은 단지 90권이 넘는 아동 도서라는 숫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덴튼은 앤디 그리피스와 함께 만든 ‘13층 나무집’ 시리즈를 통해 어린이책이 얼마나 대담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볼링장과 실험실, 상어 수조, 엉뚱한 기계가 끝없이 늘어나는 나무집은 현실의 집이라기보다 상상이 규칙을 만드는 공간이었다. 이야기는 정신없이 앞으로 달려가지만, 독자는 그림 곳곳에 숨은 작은 농담과 장면을 찾아보며 책 안에 오래 머물 수 있었다.
이 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1,3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35개 언어로 번역된 사실은 호주에서 출발한 어린이책이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어떻게 넘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특히 ‘78층 나무집’이 2016년 호주 출판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판매된 도서가 됐다는 기록은, 어린이 독자의 선택이 출판 시장에서 결코 주변적인 일이 아니라는 점도 일깨운다.
덴튼의 힘은 아이들을 가르침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의 그림에는 어른이 보기에는 다소 엉성하고 과장돼 보일 수 있는 상상, 말썽과 실패, 반복되는 농담이 가득하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어린이 독자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우스운 장면을 ‘유치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것을 정교한 창작의 재료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의 만화풍 그림은 글 읽기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이에게도 책으로 들어갈 문을 열어준다. 한 페이지를 다 읽기 전에 그림부터 훑고, 인물의 표정을 따라가고, 배경 속 장난을 발견하면서 이야기에 참여하게 한다. 읽기는 문장을 해독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호기심을 유지하는 경험이라는 사실을 덴튼의 작업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1985년 첫 그림책 ‘Felix and Alexander’로 주목받은 뒤, 그는 그림책과 만화, 비소설, 텔레비전으로 확장된 작품까지 다양한 형식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형식이 달라도 중심에는 늘 어린이의 시선이 있었다. 세계를 완벽히 설명하기보다, 세계가 얼마나 이상하고 우스우며 더 알아볼 가치가 있는지 보여주는 시선이다.
호주의 부모와 교육자, 도서관은 어린이책을 학습의 보조 자료로만 다루지 않을 필요가 있다. 아이가 어떤 책을 반복해서 읽는지, 어떤 그림에서 웃는지, 왜 터무니없는 설정을 좋아하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일도 독서 교육의 일부다. 테리 덴튼의 책은 그 대화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은 시간이 지나면 어린 독자에게 희미해질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나도 이런 것을 상상해도 되는구나’라고 느낀 순간은 오래 남는다. 덴튼이 호주 아동문학에 남긴 가장 큰 흔적도 아마 그 허락일 것이다. 책은 조용히 앉아 정답을 찾는 곳만이 아니라, 마음껏 웃고 이상한 생각을 키우는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허락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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