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의 ‘보이지 않는 결과’까지 법이 묻겠다는 빅토리아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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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의 ‘보이지 않는 결과’까지 법이 묻겠다는 빅토리아주의 약속

빅토리아주 노동당 정부가 가정폭력에 따른 자살 사망과 폭력 이후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방치하는 행위를 겨냥한 새 범죄 도입 계획을 내놓았다. 강간죄의 최고 형량을 종신형으로 높이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아직 법안이 마련되고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단계지만, 이번 발표는 가정폭력을 바라보는 법의 시선을 한 걸음 넓히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가정폭력은 흔히 눈에 보이는 폭행의 순간으로만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실제 피해는 협박, 감시, 경제적 통제, 고립, 반복되는 모욕과 위협처럼 오랜 시간 축적되는 강압적 통제 속에서 커진다.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을 때에도, 그 죽음과 가해 행위 사이의 연결을 법정에서 입증하는 일은 매우 복잡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별도의 과실치사 범죄를 검토하겠다고 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가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속적인 폭력과 통제가 남긴 결과가 법의 판단 밖으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는 자살을 단순한 개인의 선택으로 축소하지 않고, 그 선택이 이뤄지기까지 어떤 폭력과 압박이 있었는지를 사회가 더 엄중하게 살피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새로운 범죄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모든 사건의 인과관계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처벌은 엄격한 증거와 공정한 절차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피해자가 겪은 통제와 공포의 과정, 가해자의 행동과 인식, 사건 전후의 정황을 세심하게 확인할 수 있는 수사 역량이 필요하다. 제도의 취지가 살아나려면 경찰, 의료기관, 법률 지원기관이 피해자의 기록과 호소를 단절되지 않게 연결하는 체계도 뒷받침돼야 한다.
폭력 뒤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버려두는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방침도 중요한 변화다. 가정폭력은 종종 가정 내부의 다툼으로 축소돼 왔고, 그 결과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안전을 확보해야 할 책임마저 흐려지곤 했다. 상처를 입힌 뒤 방치하는 행위는 단순히 관계가 끝난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법이 분명히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처벌 강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피해자가 위험 신호를 감지했을 때 안전하게 피할 곳이 있는지, 통역을 포함한 상담과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자녀와 함께 머물 수 있는 보호시설이 있는지에 따라 현실의 안전은 크게 달라진다. 이민 신분, 경제적 의존, 언어 장벽, 가족과 공동체의 시선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법 개정 논의는 이런 장벽을 낮추는 지원 체계의 확충으로 이어져야 한다.
빅토리아주 정부의 발표은 가정폭력의 책임을 더 넓고 깊게 묻겠다는 정치적 약속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법안의 구체적 내용과 집행 가능성이다. 범죄 구성 요건이 피해자의 경험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줄일 장치가 있는지, 현장 지원 서비스에 충분한 자원이 배정되는지를 시민들이 계속 살펴야 한다.
가정폭력은 사적인 집 안에서 벌어지는 개인적 갈등으로 남겨둘 일이 아니다. 폭력으로 인해 삶과 건강, 관계와 미래가 무너지는 과정을 사회가 알아차리고 개입할 때 예방도 가능해진다. 법이 닿지 못했던 공백을 메우려는 이번 논의가, 더 많은 사람이 위험 속에서 홀로 남겨지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댓글목록3
시드니촌놈님의 댓글
복숭아님의 댓글
법 논의와 함께 피해자분들이 망설이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안전한 지원도 꼭 늘어나면 좋겠어요.
헤세드레인님의 댓글
법안의 취지가 실제 현장에서 끊기지 않고 작동하려면 수사기관과 지원기관 사이의 연결도 꾸준히 점검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