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빅토리아 산불 위험, ‘불을 끄는 일’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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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빅토리아 산불 위험, ‘불을 끄는 일’만으로는 부족하다

산불이 잦아질수록 우리는 대개 더 빠른 경보와 더 많은 소방 장비, 더 넓은 방화선을 떠올린다. 모두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빅토리아주 동부의 크로아징롱 국립공원 연구는 한 가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오늘의 산불 위험은 기후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람이 땅을 어떻게 돌보고 다뤄 왔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멜버른대학교 연구진은 구나이쿠르나이 전통 소유주 단체인 구나이쿠르나이 토지·수자원 법인과 함께 푸르가굴라 호수 주변의 약 1,000년 식생과 화재 기록을 분석했다. 호수 바닥 퇴적층에 남은 꽃가루와 숯 입자는 당시 어떤 식물이 자랐고, 화재가 어느 정도 자주 그리고 강하게 일어났는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연구가 주목한 변화는 식민지 시기 이후 나타났다. 이전에는 비교적 열린 형태였던 숲이 시간이 흐르며 더 빽빽한 숲으로 바뀌었고, 관목도 늘어났다. 식생이 촘촘해지면 불길이 이동할 연료가 많아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더욱 강한 화재와 연관돼 있다고 봤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구나이쿠르나이 사람들이 고향 땅에서 내몰린 역사와 전통적인 문화적 화재 관리의 소멸이 이 변화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문화적 화재는 대형 산불처럼 넓은 지역을 태우는 방식이 아니다. 계절과 바람, 습도, 식물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며 낮은 강도의 불을 활용해 땅을 관리하는 오랜 지식과 실천을 가리킨다.
이 방식은 단순히 ‘불을 낸다’는 뜻이 아니다. 어느 곳에, 언제, 얼마나 작은 불을 사용할지에 관한 판단이 핵심이다. 특정 식물과 동물의 서식 조건, 이동 경로, 식량 자원, 다음 계절의 변화까지 고려하는 토지 돌봄의 체계다. 그래서 이를 현대의 연료 저감 소각과 완전히 같은 개념으로 단순화해서도 안 된다.
이번 연구가 말하는 바는 원주민의 지식이 과거의 민속적 관습으로만 취급될 수 없다는 데 있다. 과학적 장기 기록은 전통적 관리가 사라진 뒤 경관 자체가 달라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후변화가 고온·건조한 날과 극한 화재 기상을 키우는 현실도 분명하다. 다만 기후위험을 말하면서 식민지화 과정에서 끊긴 토지 관리의 역사를 빼놓는다면, 문제의 절반만 보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문화적 화재를 모든 산불의 만능 해법처럼 받아들여서도 곤란하다. 지역마다 식생과 지형, 계절 조건, 공동체의 전통 지식은 다르다. 실행에는 전통 소유주의 실질적 참여와 결정권, 충분한 시간과 인력, 안전 기준, 소방 당국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름만 빌린 사업이나 일회성 행사는 이 지식이 지닌 깊이를 훼손할 수 있다.
한인 가정을 포함해 빅토리아주에 사는 주민에게도 이 논의는 멀지 않다. 산불 시즌에는 거주지의 위험 등급과 대피 계획을 확인하는 일이 우선이다. 동시에 지역의 산불 관리가 어떤 원칙과 협력 구조로 이뤄지는지 관심을 갖는 것도 시민으로서 중요한 일이다. 정부와 관계기관의 최신 경보, 대피 지침, 화재 관리 공지는 반드시 공식 채널에서 확인해야 한다.
동부 빅토리아의 산불 위험은 자연을 통제하려는 기술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다. 땅을 오래 알고 살아온 이들의 목소리를 정책과 현장에 정당하게 되돌려 놓는 일, 그리고 기후위기에 맞는 현대 과학과 연결하는 일이 필요하다. 더 안전한 경관은 불을 무조건 없애는 데서가 아니라, 불과 땅의 관계를 더 겸손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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