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국가배상, 청년 피해자의 잃어버린 시간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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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국가배상, 청년 피해자의 잃어버린 시간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피해자들은 더 이상 제한된 지원을 기다리는 대상에만 머물지 않게 됐다. 국가와 기업이 함께 책임을 지는 배상 체계가 시작됐고, 실제 손해를 기준으로 치료비와 간병비, 장해배상, 유족배상, 장례비, 위자료 등을 청구할 길이 열렸다. 국가의 관리·감독 책임이 배상 제도 안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중요한 전환이다.
그러나 법 시행이 곧 피해 회복을 뜻하지는 않는다. 배상 항목은 마련됐지만, 구체적인 산정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어떤 치료가 피해와 직접 관련되는지, 장기간 이어진 건강 악화와 돌봄의 부담을 어떻게 평가할지, 피해로 발생한 소득 감소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지는 앞으로 제도의 완성도를 가를 핵심 과제다.
특히 청년 피해자들의 문제는 의료비 보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성장기에 병을 앓으며 결석과 휴학을 반복하고, 진학을 포기하거나 취업 과정에서 건강 문제로 불이익을 겪었다면 피해는 이미 삶의 경로를 바꿔 놓은 셈이다. 한 번 놓친 교육 기회와 첫 직장의 경험, 경력 형성의 시간은 나중에 단순한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청년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지속적 배상과 교육·취업 기회의 회복은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말이 아니다. 사고가 없었다면 누릴 수 있었던 일상의 선택권을 되돌려 달라는 요구에 가깝다. 질병이 장기화하거나 뒤늦게 피해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도 제도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피해 발생 시점만으로 권리를 좁게 판단하면, 이 참사가 남긴 긴 그림자를 외면하게 된다.
국가배상 체계는 책임의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피해 인정과 배상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면 건강이 좋지 않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된다. 자료 제출과 심사 과정은 충분히 안내돼야 하고, 장기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일회성 지급을 넘어 지속적으로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배상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피해자, 의료 전문가, 법률 전문가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호주에 사는 한인들에게도 이 사건은 먼 나라의 과거사가 아니다. 생활제품의 안전성은 국적과 거주지를 가리지 않으며, 소비자가 제품 정보를 충분히 알기 어려운 현실도 비슷하다. 일상용품을 고를 때 성분과 사용 주의사항을 확인하는 습관은 필요하지만, 안전의 책임을 개인의 주의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제품을 허가하고 관리하는 국가와 이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이 위해 가능성을 사전에 검증하고 투명하게 알리는 일이 먼저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피해는 폐와 몸에만 남지 않았다. 학업, 일, 가족관계, 미래 계획에까지 영향을 남겼다. 새 제도가 피해자들의 시간을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권리 회복의 과정에서 또다시 좌절하게 해서는 안 된다. 청년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동정이 아니라, 잃어버린 삶의 기회를 사회가 책임 있게 인정하는 일이다.
댓글목록1
오늘도맑음님의 댓글
절차가 복잡해서 정작 필요한 분들이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