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혹등고래, 더 조심해야 할 바다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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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혹등고래, 더 조심해야 할 바다의 속도

호주 동부 해안의 혹등고래 회복은 오랫동안 해양보전의 대표적 성과로 꼽혀 왔다. 국제포경위원회가 남반구 혹등고래 포획을 금지한 뒤 개체 수가 꾸준히 늘었고, 이제 동부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고래는 매년 약 4만~5만 마리로 추정된다. 겨울과 봄이면 해안 가까이에서 고래를 보는 일이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계절의 풍경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개체 수의 증가는 새로운 책임도 함께 드러낸다. 퀸즐랜드 헤르비 베이와 시드니 본다이 인근에서는 선박 프로펠러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깊은 상처를 입은 혹등고래와 새끼 고래가 관찰됐다. 고래의 등과 몸 뒤쪽에서 발견되는 상처는 고래가 수면 가까이 올라왔을 때 선박이 지나가며 발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어미와 새끼가 함께 머무는 해역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새끼 고래는 수영과 잠수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고, 어미 곁에서 수면에 오래 머물 수 있다. 사람의 눈에는 넓고 한산해 보이는 바다라도, 수면 아래와 바로 앞에 고래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고래를 발견한 뒤에 방향을 바꾸려 해도 선박의 속도가 높으면 대응할 시간은 크게 줄어든다.
이 문제를 단순히 고래 관찰선의 문제로 좁혀서는 안 된다. 낚시 보트, 개인용 레저선, 소형 선박, 관광 운항 등 다양한 선박 활동이 겹치는 해역에서 위험은 커질 수 있다. 호주에 등록된 선박이 매우 많은 데다, 상당수가 퀸즐랜드와 뉴사우스웨일스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동부 연안의 현실적인 과제다. 실제 충돌 건수는 다친 고래가 발견되지 않거나 바다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있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사후 처벌만이 아니라 예방 중심의 항해 문화다. 고래가 이동하거나 새끼를 돌보는 시기와 장소를 보다 널리 알리고, 해당 해역에서 선박 속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이 이동 경로의 속도 제한과 위험 구간 인식 제고를 제안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속도를 줄이는 일은 단지 규정을 따르는 행동이 아니라,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야생동물과의 거리를 확보하는 가장 직접적인 안전 조치다.
보트를 이용하는 시민도 출항 전 지역 해양 당국의 고래 관련 안내와 항해 경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일 만하다. 항해 중에는 수면의 물보라, 꼬리와 지느러미, 여러 마리가 모인 새 떼처럼 고래의 존재를 알리는 징후를 살피고, 고래가 보이면 급히 접근하거나 진로를 가로지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접근 거리와 운항 규정은 주와 해역,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공식 안내를 최신 정보로 확인해야 한다.
혹등고래가 다시 많은 사람의 눈에 들어온 것은 보전 노력의 결실이다. 그러나 회복한 야생동물이 인간의 활동과 더 자주 만나는 시대에는 ‘고래를 볼 수 있는 바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바다를 즐기는 방식이 고래의 이동과 양육을 위협하지 않도록, 더 느린 속도와 더 넓은 경계심을 선택하는 일이 필요하다.
댓글목록1
헤세드레인님의 댓글
특히 새끼와 함께 있는 시기에는 발견 후 피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속도를 낮추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안전책이겠네요.
출항 전 해당 해역의 최신 안내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