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혹등고래, 더 조심해야 할 바다의 속도 > 시사컬럼

본문 바로가기

시사컬럼

소모임
마이홈
쪽지
맞팔친구
팔로워
팔로잉
스크랩
TOP
DOWN

늘어난 혹등고래, 더 조심해야 할 바다의 속도

profile_image
두날개로
2026-10-04 10:06 136 1 13 0

본문

늘어난 혹등고래, 더 조심해야 할 바다의 속도


늘어난 혹등고래, 더 조심해야 할 바다의 속도

호주 동부 해안의 혹등고래 회복은 오랫동안 해양보전의 대표적 성과로 꼽혀 왔다. 국제포경위원회가 남반구 혹등고래 포획을 금지한 뒤 개체 수가 꾸준히 늘었고, 이제 동부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고래는 매년 약 4만~5만 마리로 추정된다. 겨울과 봄이면 해안 가까이에서 고래를 보는 일이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계절의 풍경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개체 수의 증가는 새로운 책임도 함께 드러낸다. 퀸즐랜드 헤르비 베이와 시드니 본다이 인근에서는 선박 프로펠러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깊은 상처를 입은 혹등고래와 새끼 고래가 관찰됐다. 고래의 등과 몸 뒤쪽에서 발견되는 상처는 고래가 수면 가까이 올라왔을 때 선박이 지나가며 발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어미와 새끼가 함께 머무는 해역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새끼 고래는 수영과 잠수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고, 어미 곁에서 수면에 오래 머물 수 있다. 사람의 눈에는 넓고 한산해 보이는 바다라도, 수면 아래와 바로 앞에 고래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고래를 발견한 뒤에 방향을 바꾸려 해도 선박의 속도가 높으면 대응할 시간은 크게 줄어든다.

이 문제를 단순히 고래 관찰선의 문제로 좁혀서는 안 된다. 낚시 보트, 개인용 레저선, 소형 선박, 관광 운항 등 다양한 선박 활동이 겹치는 해역에서 위험은 커질 수 있다. 호주에 등록된 선박이 매우 많은 데다, 상당수가 퀸즐랜드와 뉴사우스웨일스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동부 연안의 현실적인 과제다. 실제 충돌 건수는 다친 고래가 발견되지 않거나 바다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있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사후 처벌만이 아니라 예방 중심의 항해 문화다. 고래가 이동하거나 새끼를 돌보는 시기와 장소를 보다 널리 알리고, 해당 해역에서 선박 속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이 이동 경로의 속도 제한과 위험 구간 인식 제고를 제안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속도를 줄이는 일은 단지 규정을 따르는 행동이 아니라,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야생동물과의 거리를 확보하는 가장 직접적인 안전 조치다.

보트를 이용하는 시민도 출항 전 지역 해양 당국의 고래 관련 안내와 항해 경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일 만하다. 항해 중에는 수면의 물보라, 꼬리와 지느러미, 여러 마리가 모인 새 떼처럼 고래의 존재를 알리는 징후를 살피고, 고래가 보이면 급히 접근하거나 진로를 가로지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접근 거리와 운항 규정은 주와 해역,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공식 안내를 최신 정보로 확인해야 한다.

혹등고래가 다시 많은 사람의 눈에 들어온 것은 보전 노력의 결실이다. 그러나 회복한 야생동물이 인간의 활동과 더 자주 만나는 시대에는 ‘고래를 볼 수 있는 바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바다를 즐기는 방식이 고래의 이동과 양육을 위협하지 않도록, 더 느린 속도와 더 넓은 경계심을 선택하는 일이 필요하다.


@호주코리안닷컴 편집실
13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1

헤세드레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헤세드레인
2026-10-04 10:26
고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반가움만 생각했는데, 개체 수 회복에 따라 선박과 마주칠 위험도 함께 커진다는 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새끼와 함께 있는 시기에는 발견 후 피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속도를 낮추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안전책이겠네요.
출항 전 해당 해역의 최신 안내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해 보입니다.
전체 157 건 - 1 페이지

호르무즈 긴장, 먼 중동의 충돌이 호주 생활비를 흔드는 이유

호르무즈 긴장, 먼 중동의 충돌이 호주 생활비를 흔드는 이유 미국과 이란의 재충돌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면서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 해협은 단순한 지역 분쟁의 무대가 아니다. 세계 원유 수송의 중요한 관문인 만큼, 군사적 충돌이 실제로…

두날개로 4시간 34분전 93 15

테리 덴튼이 남긴 것, 아이들이 책 속에서 발견한 놀이터

테리 덴튼이 남긴 것, 아이들이 책 속에서 발견한 놀이터 호주 아동문학을 이야기할 때 테리 덴튼의 그림을 빼놓기 어렵다. 멜버른 출신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는 76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선은 여전히 수많은 아이의 책장과 교실, 도서관에서 살아 움직일 것이다…

두날개로 16시간 32분전 90 1 14

헬렌 헤인스 의원 피습이 드러낸 정치인 안전과 공적 신뢰의 과제

헬렌 헤인스 의원 피습이 드러낸 정치인 안전과 공적 신뢰의 과제 빅토리아주 완가라타에서 헬렌 헤인스 연방의원이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의도적인 공격을 받은 일은 한 정치인을 향한 폭력으로만 볼 수 없다. 지역 주민이 의원을 만나고, 민원을 전달하고, 의견 차이를 토론하는…

두날개로 16시간 41분전 90 14

헬렌 헤인스 피습이 던진 경고, 정치적 반대가 위협으로 바뀌는 순간

헬렌 헤인스 피습이 던진 경고, 정치적 반대가 위협으로 바뀌는 순간 호주 인디(Indi) 지역구의 무소속 의원 헬렌 헤인스가 자신의 선거 사무소 앞에서 차량에 치여 다친 사건은 한 정치인의 안전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경찰은 고의적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건을 …

두날개로 2026.10.23 92 13

마운트 플레전트 특별법, 일자리와 법치의 균형을 묻다

마운트 플레전트 특별법, 일자리와 법치의 균형을 묻다 뉴사우스웨일스(NSW) 고등법원의 마운트 플레전트 석탄광산 관련 판단은 석탄 산업의 존폐를 단번에 결정한 판결이라기보다, 대형 개발사업을 승인할 때 정부가 어디까지 고려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결정에 가깝다. 법원은…

두날개로 2026.10.23 90 15

스노위 하이드로 2.0의 비용 폭증, 에너지 전환은 왜 더 어려워졌나

스노위 하이드로 2.0의 비용 폭증, 에너지 전환은 왜 더 어려워졌나 스노위 하이드로 2.0 사업은 호주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상징해 온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다. 그러나 최근 재평가에서 총사업비가 최대 250억 호주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고, 완공도 2030년대 말까지 미…

두날개로 2026.10.23 93 2 15

남서부 메트로 개통, ‘더 빠른 열차’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의 재설계다

남서부 메트로 개통, ‘더 빠른 열차’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의 재설계다 시드니 남서부 통근 환경이 10월 30일 오전 4시 31분을 기점으로 크게 바뀐다. 타라웡에서 시드니 CBD를 지나 뱅크스타운까지 이어지는 66km 메트로 노선이 완성되면서, 오랫동안 대체 버스와 …

두날개로 2026.10.22 98 2 15

죽음 이후의 선택권, 존엄과 공공성의 기준이 더 중요하다

죽음 이후의 선택권, 존엄과 공공성의 기준이 더 중요하다 뉴사우스웨일스주가 시신을 자연 유기물과 함께 분해해 토양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인간 퇴비화’를 새로운 장례 방식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통적인 매장과 화장에 이어 또 하나의 선택지를 법적으로 검토할 수…

두날개로 2026.10.22 93 1 13

정치인을 향한 폭력, 민주주의의 문 앞에서 멈춰야 한다

정치인을 향한 폭력, 민주주의의 문 앞에서 멈춰야 한다 빅토리아주 왕가라타에서 발생한 헬렌 헤인스 독립 연방의원 피습 사건은 한 정치인이 겪은 비극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유권자를 만나고, 민원을 듣고, 사무소를 오가는 일상적인 정치 활동의 공간에서 폭력이 발생했다는 …

두날개로 2026.10.21 100 13

왕가라타 차량 공격이 드러낸 호주 정치의 불안한 경계선

왕가라타 차량 공격이 드러낸 호주 정치의 불안한 경계선 빅토리아주 왕가라타의 지역 사무실 밖에서 헬렌 헤인스 연방 무소속 의원이 차량에 치여 위독한 상태에 놓였다는 소식은, 호주 정치가 더 이상 폭력의 위협과 거리가 먼 공간이라고 안심하기 어렵게 한다. 사건의 동기는 …

두날개로 2026.10.21 99 15

정치인을 향한 위협, 민주주의의 일상까지 흔들 수 있다

정치인을 향한 위협, 민주주의의 일상까지 흔들 수 있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를 향한 위협이 더는 화면 속 거친 말이나 익명 게시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나왔다. 호주연방경찰청(AFP)의 크리시 바렛 커미셔너는 정치인 또는 고위 공직자를 겨냥한 위…

두날개로 2026.10.21 99 13

헬렌 헤인스 피습이 남긴 경고, 정치는 적대가 아니라 공적 책임이다

헬렌 헤인스 피습이 남긴 경고, 정치는 적대가 아니라 공적 책임이다 빅토리아주 인디 지역구의 무소속 연방 하원의원 헬렌 헤인스가 왕가라타 선거구 사무소 앞에서 차량에 치이는 공격을 당해 중태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호주 정치권과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보도에…

두날개로 2026.10.20 108 15

의원을 겨냥한 차량 공격, 정치의 언어가 넘지 말아야 할 선

의원을 겨냥한 차량 공격, 정치의 언어가 넘지 말아야 할 선 빅토리아주 인디 지역구의 무소속 연방의원 헬렌 헤인스가 선거구 사무소 앞에서 차량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고 다리를 절단했다는 소식은 호주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라는 보도까지 나온 …

두날개로 2026.10.20 106 15

헬렌 헤인스 의원 공격이 묻는 호주 정치 언어의 책임

헬렌 헤인스 의원 공격이 묻는 호주 정치 언어의 책임 헬렌 헤인스 연방의원을 향한 공격 사건은 한 정치인 개인의 안전 문제에만 머물 수 없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적대시하고, 조롱과 비난을 일상적인 정치 기술처럼 사용하는 문화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두날개로 2026.10.20 100 12

여성 정치인을 향한 위협, 선거 보안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 정치인을 향한 위협, 선거 보안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을 향한 폭력과 협박은 민주주의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남긴다. 특히 여성 정치인을 겨냥한 온라인 혐오, 성차별적 모욕, 신변 위협이 반복될 때 문제는 한 사람의 안전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치에 참여하려는 …

두날개로 2026.10.20 107 15
게시판 전체검색
상담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