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4.6% 시대, 물가를 잡는 대가와 고용의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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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4.6% 시대, 물가를 잡는 대가와 고용의 경계선

호주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4.6%로 올린 것은 물가가 아직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충분히 내려오지 않았다는 판단을 드러낸다. 미셸 불록 총재가 강조한 핵심도 성장 자체를 꺾는 데 있지 않고, 높아진 물가가 가계와 기업의 일상적인 기대가 되는 상황을 막는 데 있다. 그러나 금리 정책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물가를 누르기 위한 조치가 소비와 투자, 고용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호주 경제의 미세한 균형을 시험하는 선택이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사업자 대출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있는 가계는 대출 상환액이 늘어난 만큼 외식, 여행, 의류, 교육 등 다른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기업도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채용과 설비투자, 사업 확장에 더 신중해진다. 중앙은행이 기대하는 수요 둔화는 바로 이런 경로를 통해 나타난다.
문제는 물가 상승의 모든 원인이 금리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최근 유가 상승처럼 해외 분쟁과 공급 여건에서 비롯된 가격 충격은 호주 안에서 돈을 덜 쓰게 만든다고 곧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에너지와 운송비가 오르면 식료품, 물류, 서비스 가격에도 부담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일시적 가격 상승이 임금·가격 결정 전반에 번져 ‘앞으로도 물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굳히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고용은 가장 민감한 변수다. 불록 총재는 경제가 둔화하면 실업률이 오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업률 상승이 곧바로 대규모 해고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구인 수요가 줄고, 이직한 사람이 새 일자리를 찾는 기간이 길어지거나, 기업이 자연 감소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도 노동시장은 식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조정이 길어지면 청년층, 임시직·시간제 노동자, 소규모 사업장 종사자처럼 경기 변화에 먼저 노출되는 사람들의 부담은 커진다.
중앙은행이 말하는 ‘완전 고용’은 단순히 실업률이 가능한 한 낮은 상태와 같지 않다.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빡빡해 임금과 가격이 서로를 밀어 올리는 상황이라면, 낮은 실업률도 물가 안정과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이 통화정책의 시각이다. 반대로 물가를 이유로 고용 악화를 지나치게 감수할 수도 없다. 금리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므로, 이미 진행된 긴축의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에 추가 인상을 서두르면 경기 하강 폭이 예상보다
커질 위험도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3월까지 기준금리가 4.85%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는 확정된 경로가 아니라 물가, 유가, 소비, 임금, 고용 지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기대다. 특히 국제 유가처럼 호주 정책당국이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한두 달 수치만으로 향후 금리 방향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가계가 지금 확인할 일은 금리 전망을 맞히는 것보다 자신의 현금흐름이 추가 변동을 견딜 수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대출이 있다면 고정·변동금리 조건, 금리 변동 시 상환액, 재고정 시점과 수수료를 금융기관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와 사업주는 매출 감소 가능성뿐 아니라 임대료·인건비·재고 비용이 동시에 오를 때의 자금 여력을 따져봐야 한다.
금리 인상은 물가를 잡기 위한 필요악으로 설명되기 쉽지만, 그 비용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뉘지 않는다. RBA의 과제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되 불필요하게 큰 고용 손실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의 정책 평가는 금리가 얼마나 더 올랐는지보다, 물가 둔화가 실제로 지속되는지와 그 과정에서 일자리 시장이 얼마나 견조하게 버티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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