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일이 ‘시간표의 전쟁’이 된 호주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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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일이 ‘시간표의 전쟁’이 된 호주 가정

호주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느끼는 압박은 단순히 생활비 문제로 설명하기 어렵다. 집세와 식료품, 교육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부모는 일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의 학교 시간과 부모의 근무 시간, 방학 일정은 좀처럼 맞물리지 않는다. 가정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돈과 시간, 경력의 문제로 동시에 쌓인다.
부모단체 더 페어런트후드(The Parenthood)의 조지 덴트 대표가 국립언론클럽 연설에서 꺼낸 문제의식도 여기에 있다. 그는 오늘의 양육 환경이 부모 개인의 부지런함이나 희생만으로 풀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두 자녀를 키우는 데 연간 약 3만7,000호주달러가 든다는 추산과, 학교 방학에서 비롯되는 814시간의 돌봄 공백은 그 구조적 간극을 숫자로 보여준다.
비용보다 더 어려운 시간의 빈틈
양육비는 가계부에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보육료, 방과후 돌봄, 교통비, 식비, 각종 활동비처럼 항목별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가정이 더 크게 체감하는 문제는 예측하기 어려운 시간의 빈틈이다. 방학, 학교 행사, 아이의 갑작스러운 아픔, 돌봄 서비스의 제한된 운영시간은 부모의 일정을 수시로 흔든다.
학교는 대체로 평일 낮 시간에 운영되지만, 많은 직장은 그보다 이른 시간에 시작해 더 늦게 끝난다. 방학은 아이에게 필요한 휴식이지만, 일하는 부모에게는 별도의 돌봄 계획과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기간이 된다. 조부모나 친척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유연근무를 요청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같은 방학도 전혀 다른 부담으로 다가온다.
814시간이라는 수치는 모든 가정의 현실을 그대로 뜻하는 절대적 기준이라기보다, 학사 일정과 일반적인 노동시간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경고로 읽을 필요가 있다. 이 공백을 시장의 유료 서비스, 부모의 휴가, 가족·지인의 무급 돌봄으로 메우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부담은 결국 각 가정의 자원 차이에 따라 불평등하게 나뉜다.
‘개인 선택’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
양육 문제를 두고 부모가 직장을 바꾸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면 된다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근무시간 축소는 소득 감소와 경력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돌봄 책임이 한쪽 부모에게 집중될 때, 장기적으로 임금 격차와 퇴직연금 격차까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당장의 방학을 넘기는 선택이 몇 년 뒤 가계의 안정성과 개인의 경제적 자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는 사적인 가정 문제가 아니다. 돌봄 위기가 반복되면 결근, 이직, 업무시간 조정이 늘어나고 숙련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부모에게 예외적 배려를 베푸는 차원이 아니라, 다양한 생애주기를 가진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일이 경쟁력과 연결된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정책 역시 보육시설 숫자만 늘리는 데서 멈춰서는 부족하다. 실제 이용 가능한 시간대, 방학 돌봄의 접근성, 비용 부담, 지역별 서비스 격차를 함께 봐야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 고용주, 정부가 각자 따로 움직이면 부모는 여러 제도 사이의 빈틈을 홀로 메워야 한다.
가정이 확인할 현실적인 지점
각 가정은 새 학년이나 방학을 앞두고 돌봄 일정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학교의 방과후 프로그램과 방학 프로그램 운영일, 대기 명단, 비용, 취소 규정은 지역과 학교에 따라 차이가 크다. 직장에서는 유연근무, 재택근무, 근무시간 조정, 돌봄휴가 관련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인사 담당 부서나 고용계약서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만 개인의 치밀한 계획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공백도 분명히 존재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일이라면, 양육의 시간과 비용을 온전히 개별 가정의 능력에 맡기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 되물어야 한다. 덴트 대표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부모들의 고충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주의 일터와 학교, 돌봄 체계가 서로 다른 시간표를 언제까지 당연하게 여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댓글목록3
커피한잔님의 댓글
특히 갑작스러운 아이의 아픔까지 겹치면 개인의 계획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한 것 같아요.
유연근무 제도가 있어도 실제로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까지 함께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호호아줌마님의 댓글
아이 키우는 집만의 개인 사정으로 넘기기엔 시간표가 너무 안맞는 부분이 많아보이네요 ㅎㅎ
kingwangjjang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