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연 선교사 사건이 묻는 해외 선교의 안전과 교회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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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연 선교사 사건이 묻는 해외 선교의 안전과 교회의 책임

러시아 하바롭스크 법원이 박태연 선교사에게 이민 관련 혐의로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불법 이주 조직과 외국인 체류지 허위 등록 혐의를 병합해 형을 정했으며, 박 선교사 측은 상급 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다. 70세인 박 선교사는 한국 귀국을 앞둔 시점에 체포됐고, 항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구금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 사건을 대할 때 교회가 먼저 지켜야 할 태도는 단순하다. 아직 항소가 예정돼 있는 사안인 만큼 확인되지 않은 정황을 덧붙이거나, 누군가의 의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타국의 형사 절차 안에서 고령의 한국인 선교사가 장기간 자유를 제한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당사자와 가족이 겪을 불안, 언어와 제도의 장벽, 건강 문제의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히브리서 13장 3절은 갇힌 이들을 자신도 함께 갇힌 사람처럼 기억하라고 권한다. 이 말씀은 모든 법적 판단을 교회가 대신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고통을 멀리 있는 남의 일로 밀어내지 말고, 억울함과 외로움 속에 놓일 수 있는 사람을 잊지 말라는 요청에 가깝다. 박 선교사 사건은 한 개인의 재판을 넘어, 해외에서 사역하는 이들의 안전과 인권을 한국 교회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돌보고 있는지 묻는다.
해외 선교 현장은 신앙의 열정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체류 자격, 초청 절차, 거주지 등록, 현지 단체와의 계약, 재정 관리 등은 나라별로 매우 다른 법과 행정 체계 안에 놓여 있다. 선교 목적이 선하다는 사실이 현지 법률상 의무를 자동으로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반대로 복잡한 제도와 낯선 언어는 선교사 개인이 모든 위험을 혼자 감당하게 만드는 구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파송 교회와 선교단체는 출국 전 교육을 형식적인 절차로 끝내서는 안 된다. 현지 법률 자문을 받을 경로가 있는지, 위기 때 연락할 영사 지원 창구는 어디인지, 체포·조사·재판 상황에서 통역과 변호를 어떻게 확보할지 점검해야 한다. 은퇴나 귀국을 앞둔 선교사에게도 이런 지원은 필요하다. 사역의 마지막 시기일수록 행정 정리와 이동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VOM은 박 선교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청원과 탄원서 전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시민적·신앙적 연대는 감정적 비난이 아니라, 적법 절차와 인도적 처우, 영사 조력의 필요성을 평화롭게 알리는 방식이어야 한다. 정부 역시 재외국민 보호의 책무 아래 건강 상태와 수용 환경, 항소 절차에서의 권리 보장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갈라디아서 6장 2절은 서로의 짐을 지라고 가르친다. 이 말씀을 박 선교사 사건에 적용한다면, 막연히 “기도하겠다”는 말에 머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에 근거해 기도하고, 가족의 필요를 살피며, 신뢰할 수 있는 단체의 지원 활동에 참여하고, 다른 해외 사역자들이 필요한 법률·안전 점검을 받도록 돕는 일까지 포함한다.
교회는 박 선교사의 항소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건강과 존엄이 보호되도록 기도할 수 있다. 동시에 이 사건을 계기로 해외 선교를 영웅적 희생의 언어로만 말하기보다, 사역자를 보호하는 책임 있는 공동체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한 사람의 자유와 안전을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멀리 있는 이웃을 사랑한다는 고백을 현실로 옮기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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