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의 감사, 생명을 내어준 이들을 기억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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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의 감사, 생명을 내어준 이들을 기억하는 일

추석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안부를 묻고, 받은 사랑을 돌아보는 명절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이 명절은 떠나보낸 가족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때에 장기·각막·시신 기증인과 유가족을 기억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일은 단순한 명절 선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추석을 맞아 생존 시 신장기증인 529명, 사후 각막기증인 유가족 24가정, 시신기증인 유가족 47가정 등 모두 600가정에 선물을 전달했다. 기업 후원과 시민 기부로 마련된 꾸러미였고, 포장과 발송에는 기증인과 이식인도 함께했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감사의 손길을 보태는 모습은 생명 나눔이 일회성 사건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장기기증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이식 수술과 의료적 성과를 먼저 떠올린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 생명이 다른 이의 삶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기증인의 결단, 가족의 동의와 기다림, 의료진의 수고, 이식인의 회복 과정이 함께 놓여 있다. 특히 사후 기증을 선택한 이들의 가족에게 감사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는 사회의 약속이기도 하다.
기독교 신앙은 생명을 개인의 소유물이나 능력의 결과로만 보지 않는다. 생명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며, 우리는 그 선물을 서로 돌보도록 부름받은 존재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는 이웃 사랑을 보여준다. 오늘의 생명 나눔도 타인의 고통을 멀리서 안타까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시간과 몸, 때로는 가족의 어려운 결정을 통해 이웃의 삶을 살리는 실천이라는 점에서 깊이 닿아 있다.
다만 기증인의 헌신을 아름다운 이야기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생존 기증인에게는 건강 관리와 정서적 돌봄이 필요할 수 있고, 유가족에게는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는 애도와 존중이 필요하다. 이식인 역시 새 생명을 얻었다는 감사와 함께 평생의 치료 및 관리라는 현실을 살아간다. 생명 나눔을 존중한다는 말은 기증을 권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선택 이후의 삶까지 함께 살피는 데서 완성된다.
로마서 12장은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서로를 향해 마음을 나누라고 권한다. 이 말씀은 고통을 쉽게 설명하거나 빠른 위로를 건네라는 뜻이 아니다. 한 사람의 상실과 결단을 기억하고, 그 곁을 오래 지키라는 부르심에 가깝다. 명절 선물 한 상자에 담긴 감사도 바로 그런 기억의 표현일 수 있다.
한인 교회와 공동체도 생명 나눔을 특별한 누군가의 선택으로만 바라보기보다, 생명의 존엄과 이웃 사랑을 배우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기증 제도와 절차를 알아보려는 사람은 감동적인 사례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본인의 건강 상태와 가족의 생각을 충분히 나누며 관련 공식기관의 최신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기증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생명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준 사람들과 그 가족을 존중하고 기억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추석의 풍성함은 많이 소유한 데서만 오지 않는다. 낯선 이의 내일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준 사람을 기억하고, 남겨진 가족에게 “그 사랑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해주는 공동체 안에서도 명절의 참된 온기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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