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할 권리를 지키는 일이 신앙의 양심을 지키는 일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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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할 권리를 지키는 일이 신앙의 양심을 지키는 일인 이유

파키스탄에서 종교 소수자와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변호해 온 이마안 자이납 마자리-하자르 변호사와 하디 알리 차타 변호사 부부가 대법원의 보석 허가 직후 다시 구금됐다는 소식은, 법정 밖의 압력이 법정 안의 정의를 얼마나 쉽게 흔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두 사람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당사자들을 변호해 왔다. 특히 차타 변호사는 기독교인을 포함해 신성모독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과 사형 선고를 받은 이들에게 무료 법률 지원을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의 내용이 논쟁적이거나 사회적 분노를 일으킨다고 해서, 피고인이 변호받을 권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기존 사건에서 이들 부부의 형 집행을 멈추고 보석을 허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석방 수시간 만에 2025년 3월 시위와 관련한 별도 사건으로 다시 구금됐다. 경찰은 불법 집회 참여와 도로 차단 등을 주장하고 있으며, 국제 인권단체들은 재구금의 구체적 법적·사실적 근거 공개와 독립적 사법 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특정 피고인의 무죄나 유죄를 외부에서 단정하는 데 있지 않다. 누구든 적법한 절차 속에서 혐의를 다툴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며, 그 권리를 돕는 변호사가 보복과 위협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변호인을 처벌하거나 위축시키는 사회에서는 결국 가장 약한 사람부터 법의 보호망 밖으로 밀려난다.
‘불편한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믿음
예수님이 말씀하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나와 같은 편인지,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사람인지 먼저 묻지 않는다. 상처 입고 길가에 쓰러진 이를 보았을 때 다가가 돌보는 것이 이웃 사랑의 출발점이었다. 오늘의 법정에서도 이 원칙은 중요하다. 대중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피고인, 종교적 소수자, 무거운 혐의로 낙인찍힌 사람 역시 인간의 존엄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잃지 않는다.
로마서 12장 15절은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라고 가르친다. 이 말씀은 타인의 고통을 멀리서 안타까워하는 감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억울한 구금, 차별, 폭력의 위험 앞에 놓인 이들이 절차적 보호를 받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일도 그 연장선에 있다. 신앙은 불의한 제도가 만들어 내는 침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우리의 양심을 깨운다.
다만 그리스도인의 연대는 성급한 사실 단정과 다르다. 수사기관의 주장과 피고 측의 반박, 법원의 판단은 각각 검증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더욱 투명한 수사와 독립된 재판, 변호 활동의 자유가 필요하다. 절차가 공정할수록 진실은 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해외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이 문제는 모든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다수의 감정과 다른 목소리를 낸 사람, 비난받는 이를 변호하는 사람에게도 안전할 권리를 인정하는가. 교회와 신앙 공동체는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위해 기도하는 데서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이 신앙과 양심을 이유로 부당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약자의 권리를 지키는 법률가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는 결국 모두의 자유를 지키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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