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쇄신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새롭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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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쇄신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새롭게 할 것인가

영국성공회 총회 새 구성원 선거를 앞두고, 교회 안의 여러 전통이 참여한 연합체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이들은 영국성공회가 성경과 역사적 기독교 가르침에 다시 깊이 뿌리내려야 하며, 결혼에 관한 전통적 교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교·성직자·평신도가 함께 참여하는 총회는 영국성공회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다. 이번 선거는 9월 2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소식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특정 선거나 쟁점의 승패만이 아니다. 교회가 쇠퇴와 사회적 불신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어떤 언어로 세상과 만날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얼라이언스는 교회의 약화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아니며, 복음에 충실한 선교와 제자훈련을 통해 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교회가 ‘성경으로 돌아가자’고 말할 때는 더욱 신중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성경은 단지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근거 모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인간이 왜 은혜를 필요로 하는지를 증언하는 말씀이다. 따라서 성경에 충실하다는 말에는 불편한 시대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용기뿐 아니라, 자신의 욕망과 편견도 말씀 아래 돌아보는 겸손이 함께 따라야 한다.
역사적 교리를 붙드는 일도 마찬가지다. 교리는 교회를 과거에 묶어 두는 장식이 아니라, 시대마다 달라지는 주장 속에서 복음의 중심을 분별하도록 돕는 울타리다.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신성과 인성, 십자가와 부활, 죄를 용서하시는 은혜와 믿음으로의 부르심은 교회가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주변부가 아니다.
교회가 이 중심을 잃으면 사회의 환호를 얻더라도 복음을 전할 이유와 내용을 잃게 된다.
그렇다고 역사적 신앙을 지킨다는 것이 세상을 향한 냉담이나 적대감을 뜻해서는 안 된다. 예수님은 진리를 타협하지 않으셨지만, 상처 입고 소외된 이들을 함부로 밀어내지 않으셨다. 에베소서 4장은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말하라고 권한다.
진리와 사랑은 어느 한쪽을 포기해 다른 한쪽을 얻는 선택지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자에게 함께 요구되는 태도다.
결혼과 성 윤리를 둘러싼 견해 차이가 큰 오늘의 교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전통적 교리를 말하는 이들은 상대를 정죄하는 언어로 자신의 신앙을 증명하려 해서는 안 된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 또한 전통 교리를 지키려는 신자들을 단순히 시대에 뒤처진 사람으로 취급해서는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교회는 문화적 진영의 확성기가 아니라, 회개와 화해를 부르시는 그리스도의 몸이어야 한다.
영국성공회의 선거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호주를 비롯한 세계 여러 교회에도 질문은 비슷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성장과 영향력만을 교회의 건강으로 판단하고 있지 않은가. 혹은 ‘전통 수호’라는 말 뒤에 복음의 긍휼과 선교적 책임을 감추고 있지는 않은가.
참된 쇄신은 새 구호를 만드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말씀 앞에서 공동체가 자신을 정직하게 살피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삶으로 드러내며, 서로의 짐을 지는 데서 시작된다. 교회가 시대를 닮아야 할 이유보다 그리스도를 닮아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할 때, 역사적 신앙은 박물관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살리는 생명의 소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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