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에 한국형 원전(APR1400)을 역수출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한국이 미국 기술로 첫 원전을 지은 지 약 반세기 만의 일이다. 한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정을 개정하고 APR1400 2기의 현지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원전 프레임워크'를 통해 대미 전략투자 자금 최대 1200억 달러를 활용하여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협력 구상을 마련했다. 이 협정에는 웨스팅하우스 노형인 AP1000 6기와 한국형 원전 APR1400 2기를 포함하고 있다.
한국의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는 1978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로 건설되어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한국은 이제 자체 노형과 시공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에 원전을 짓는 파트너로 나서게 된다.
APR1400은 국내 원전의 설계, 건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된 대형 가압경수로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수출된 바 있으며, 2019년에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도 획득했다.
이전에는 한전과 한수원이 체결한 타협협정(SA)으로 인해 APR1400을 미국에 건설할 수 없었으나, 이번 프레임워크에는 대미 전략투자 기금을 활용하는 경우 APR1400 2기의 미국 건설을 허용하도록 기존 SA를 개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 의회, 업계와 다각도로 접촉하며 협상의 돌파구를 찾았다. 협상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 측은 한국형 원전의 미국 진출을 경쟁 확대 요인으로 보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미국 원전 산업은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설계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발전소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공사와 기자재 공급망 확보가 필요하다.
한국은 국내 원전 건설을 통해 설계와 기자재 제작, 시공을 연결하는 공급망을 유지해왔다. 미국 원전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면 공급업체 확보와 공정 관리 측면에서 미국 원전 건설을 지원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프레임워크에는 한국 기업이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공급망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한국 기업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도 추진된다. 프레임워크에는 웨스팅하우스 보통주 5~10%를 기업공개(IPO) 가격보다 10% 할인해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합의는 원전 8기의 건설이 곧바로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별 원전의 부지와 사업구조, 일정 등이 구체화되면 사업별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내 절차를 거쳐 최종 투자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러한 협력은 한국의 시공 및 제조 역량을 활용해 미국의 신규 원전 건설을 확대하는 동시에, 한국이 그동안 막혀 있던 미국 원전 시장에 진입하는 구조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 :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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