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가정의 부담, ‘출산 장려’보다 생활 가능한 돌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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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 가정의 부담, ‘출산 장려’보다 생활 가능한 돌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호주에서 두 자녀 이상을 키우는 데 드는 연간 비용이 최소 3만6,500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은, 양육 문제가 더 이상 각 가정의 소비 선택만으로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식비와 의류, 교통, 교육, 건강, 여가처럼 아이가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필요한 비용이 쌓이는 가운데, 부모가 가장 크게 체감하는 항목은 보육비다.
부모 지원 단체 더 페어런트후드(The Parenthood)는 자녀 양육비 가운데 보육비 비중이 33%까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2003년 27%였던 것과 비교하면, 돌봄이 가계에서 차지하는 무게가 뚜렷하게 커진 셈이다. 같은 기간 가정 운영비는 134% 올랐지만 가계소득 증가는 102%에 그쳤다는 수치도 중요하다. 소득이 늘었다고 해도 필수지출이 더 빠르게 오르면 가정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여력은 줄어든다.
특히 다자녀 가정에는 이 문제가 단순히 월별 예산의 압박으로 끝나지 않는다. 보육비가 높은 환경에서는 부모 한 명이 일을 더 하는 것이 가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따져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경력을 중단하는 선택은 당장의 소득 감소에 그치지 않고, 임금 상승 기회와 퇴직연금 적립, 재취업 가능성에도 영향을 남길 수 있다.
이 부담은 여성에게 더 크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더 페어런트후드는 재무부 자료를 인용해 첫 아이를 키우는 초기 5년 동안 여성의 평균 소득이 크게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개인의 의지나 가정 내 역할 분담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과 돌봄이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휴직 제도, 아버지와 파트너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단체가 제안한 52주 유급 육아휴직과 보편적 보육 체계는 그래서 단순한 복지 확대 요구로만 볼 일은 아니다.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시간과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시간을 지나치게 큰 손해 없이 조정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다. 다만 제도의 이름이 ‘보편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용료가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지역마다 자리가 있는지, 보육 노동자가 적절한 임금과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보장받는지가 동시에 검토돼야 한다.
정부도 보편적 보육 체계 추진 의지를 밝히고 설계 작업을 의뢰한 상태다. 이미 보육 지원일수 보장과 접근 취약 지역 시설 확충 계획을 제시했지만,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정책의 방향보다 실제 변화의 시점과 범위일 것이다. 대기 명단이 긴 지역, 비정규·교대근무 가정, 영아 돌봄이 필요한 가정까지 제도가 닿는지에 따라 체감은 크게 달라진다.
양육비 통계는 아이를 비용으로만 계산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한 가정의 희생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사회가 어떤 책임을 나눌지 묻는 자료다.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구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이미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일과 돌봄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 조건이다. 다자녀 가정의 부담은 그 조건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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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wangjjang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