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가 프랑스 루르드에서 병든 순례자들과 의료진에게 조력자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교황은 “거짓된 동정심이라는 미명하에 죽음을 초래하려는 유혹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지난 9월 27일 루르드의 아키유 노트르담 순례자 센터를 방문해 병든 순례자와 장애인, 의료진 및 봉사자들과 만났다. 이 센터는 중증 환자와 장애인 순례자들을 위한 의료 및 돌봄 시설이다.
교황은 질병으로 인해 불안과 절망을 경험할 수 있는 환자들에게 “어떤 인간의 법도 여러분이 자신의 존엄성을 확신하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의 존엄성은 측정하거나 논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의료진에게 “고통받는 사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돌보는 것이 여러분의 소명의 심오한 의미”라며 “생명의 수호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진정한 완화의료와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환자들을 사랑과 돌봄으로 동행할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누구도 특정 배아나 노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가 없다”며, 환자들에게는 “당신들은 짐이 아니다. 당신들은 우리 인류의 심장이며 교회에 소중한 보물”이라고 전했다.
이번 발언은 프랑스에서 조력자살을 법제화하는 법률이 통과된 직후 나왔다. 프랑스 국민의회는 지난 7월 15일 ‘죽을 권리’에 관한 법안을 찬성 291표, 반대 241표로 최종 가결했으며, 헌법재판소는 8월 14일 해당 법률이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 법률은 8월 18일 공포됐다.
프랑스 법은 ‘조력자살’을 중증·불치 질환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가 일정한 요건 아래 치명적 약물을 스스로 투여하거나, 신체적으로 스스로 투여할 수 없는 경우 의사나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투여받는 제도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복음주의전국협의회(CNEF)는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취약한 환자들이 가족이나 사회에 짐이 된다고 느끼면서 간접적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CNEF는 조력 사망보다 완화의료에 대한 신속하고 공평한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에서는 조력자살 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됐다. 영국 하원은 9월 11일 ‘말기 환자 성인(임종 지원) 법안’ 2차 독회에서 찬성 270표, 반대 286표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이 법안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의사결정 능력이 있고 예상 생존기간이 6개월 이하인 말기 환자가 일정한 조건 아래 자신의 생을 끝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영국복음주의연맹(EA UK)은 표결에 앞서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표결을 앞두고 완화의료와 취약한 환자 보호를 강조했다.
캐나다에서는 의료적 조력 사망(MAID)이 이미 법제화돼 있으며, 정신질환만을 가진 사람에 대한 MAID 적용은 2027년 3월 17일까지 유예된 상태다. 캐나다 복음주의연합(EFC)은 정신질환만을 이유로 한 MAID 확대를 막기 위한 법안을 지지하며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안락사와 조력자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2026년 이탈리아 여론조사에서는 안락사 지지율이 70.2%, 조력자살 지지율이 54.3%로 나타났다. 이탈리아복음주의연맹 루치아 스텔루티 부회장은 생명 보존과 죽음 방지를 중요한 도덕적 기준으로 제시하며 완화의료와 가족·교회의 돌봄을 강조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입소자들을 별도로 만나 “삶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낙심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사진제공 : 크리스천투데이


@호주코리안닷컴 보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