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의 스마트 안경 금지, 기술보다 먼저 지켜야 할 사생활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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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스마트 안경 금지, 기술보다 먼저 지켜야 할 사생활의 경계
시드니 캔터베리-뱅크스타운 시의회가 공공 수영장에서 인공지능(AI) 스마트 안경 사용을 금지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주민들이 탈의실과 수영장, 학교 주변에서의 몰래 촬영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브리즈번시와 멜버른의 야라시도 이미 비슷한 제한 조치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정은 새 기기를 단순히 낯설고 위험한 물건으로 취급한 결과라기보다, 공공시설에서 지켜야 할 사생활의 경계를 다시 확인한 조치로 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 안경은 겉보기에는 일반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진·영상 촬영과 음성 기능 등을 갖춘 제품이 있다. 주변 사람이 촬영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구조라면, 기존 휴대전화 카메라와는 전혀 다른 불안이 생긴다.
특히 공공 수영장은 몸을 드러내는 복장으로 이용하는 공간이고, 탈의실은 사생활 보호가 가장 엄격해야 하는 장소다. 어린이와 청소년도 많이 찾는다. 누군가 실제로 불법 촬영을 했는지와 별개로, 이용자가 ‘내가 기록되고 있을지 모른다’고 느끼는 환경 자체가 시설의 안전성과 신뢰를 해칠 수 있다.
기술의 편의는 종종 개인의 선택 문제로 설명된다. 그러나 카메라가 장착된 기기의 경우 사용자의 선택은 곧 주변 사람의 권리와 맞닿는다. 휴대전화로 촬영할 때는 기기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 눈에 보이고, 시설 관리자가 제지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 안경 형태의 기기는 촬영 행위가 일상적인 시선과 구별되지 않을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요구되는 동의와 감시 가능성의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금지는 출발점일 뿐이다
다만 ‘스마트 안경 금지’라는 문구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용자는 어떤 기기가 제한 대상인지, 수영장 내부와 탈의실에서 각각 어떤 규정이 적용되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입구와 탈의실 인근의 안내문은 모호하지 않아야 하며, 직원이 민원을 받았을 때 적용할 절차도 마련돼야 한다.
규정 집행 과정에서는 불필요한 갈등과 차별도 경계해야 한다. 외관만 보고 특정 이용자를 의심하거나, 일반 안경과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과도한 설명을 요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핵심은 사람의 외모가 아니라 촬영·녹음 기능을 지닌 기기의 사용 여부와 시설 규정을 기준으로 일관되게 대응하는 데 있다.
스마트 기기 규제는 빠르게 바뀌는 제품을 따라가기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오늘의 스마트 안경 다음에는 더 작고 눈에 띄지 않는 카메라나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와 시설 운영자는 특정 제품명만 나열하기보다, 동의 없는 촬영과 녹음,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는 기기 사용을 어떻게 제한할지 원칙을 분명히 세울 필요가 있다.
이용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수영장과 체육시설은 타인의 일상을 기록할 권리가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권리를 우선하는 공간이다. 촬영이 필요하다면 시설 규정과 주변 사람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고, 특히 아동이나 타인이 화면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캔터베리-뱅크스타운 시의회의 결정은 기술을 거부하자는 선언이라기보다, 공공 공간의 신뢰가 기술의 편의보다 앞선다는 메시지에 가깝다. 새로운 기기가 생활 속으로 들어올수록 필요한 것은 막연한 공포나 무조건적 환영이 아니다. 누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누가 원치 않는 기록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지를 먼저 묻는 구체적인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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