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술탈취 및 특허침해 소송에서 증거 확보를 돕기 위해 도입된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K-디스커버리)'가 시행 전부터 실효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최근 개정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에 신설된 '변호사 비밀유지권' 조항이 대기업의 증거 제출 거부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K-디스커버리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K-디스커버리는 기술탈취 및 특허침해 소송에서 피해자가 상대방이 보유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이 전문가를 지정해 필요한 조사를 진행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미국의 디스커버리와 독일의 전문가 사실조사를 참고하여 마련됐다.
그러나 상생협력법 제40조의7은 변호사법 제26조의2에 따라 변호사가 소송 또는 조사를 위해 작성한 서류나 자료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술탈취 피해 구제를 위한 법에 변호사 비밀유지권 규정을 포함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단법인 경청은 대기업들이 사내 변호사를 활용해 기술탈취 및 손해배상과 관련된 자료를 변호사 비밀유지권으로 지정할 것이라며, 기술탈취 사실 조사에서 핵심 자료가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청 관계자는 대형 로펌들이 K-디스커버리에 대한 시사점으로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들이 염원하던 입법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청은 약자인 피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비밀유지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하기보다는 예외를 규정하는 것이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지적은 변호사 비밀유지권의 입법 과정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법무부는 변호사 비밀유지권이 민사소송에도 적용되므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는 법무부의 제안인 필요성의 예외를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상생협력법은 변호사 비밀유지권이 인정되는 자료를 원칙적으로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중요 증거가 비밀유지권에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당사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고 처리할지에 대한 규정이 없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상생협력법은 당사자가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주장하는 자료가 실제 보호 대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법원이 자료 목록의 제출을 명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법원이 목록이나 자료 제출을 명령했음에도 당사자가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자료를 전문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피해 기업의 증거 확보를 돕기 위한 제도에 변호사 비밀유지권 조항이 포함되면서 피해 기업의 증거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청 관계자는 법이 약자를 보호하기보다는 강자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부가 힘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잘못된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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