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특별시 북구 양지초등학교의 박정은 교사는 학생에게 "인터넷에서 총을 쐈다는데, 광주 시민도 그럼 잘못한 거 아니에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박 교사는 당시 시민군의 논의 내용을 보여주며 학생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했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가 학생들의 역사 인식에 영향을 미치면서 5·18 교육에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현장 교사들과 5·18기념재단은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 외에도 학생들이 정보의 근거를 판단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피해자의 삶에 공감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순천고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백형대 교사는 학생들이 영화와 유튜브 등을 통해 5·18을 접하지만, 익숙한 것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백 교사는 "5·18에 대해서 정확히 안다기보다는, 5·18을 많이 접해봤다는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은 교사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고 전하며, 학생들이 쇼츠와 릴스의 댓글에서 본 내용을 수업 중 질문으로 꺼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5·18기념재단 장민혁 교육문화부장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온라인에서 접하는 정보 사이의 간극을 지적했다. 그는 교과서에서는 신군부의 정권 장악과 광주시민의 저항 등 사건의 큰 흐름을 다루지만, 구체적인 사건 전개와 온라인 왜곡 주장까지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 부장은 청소년들이 왜곡된 정보를 믿는 문제뿐 아니라 5·18을 밈이나 조롱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현상에도 주목했다. 박 교사는 역사적인 사실이 희화화되고 놀이로 치부되는 부분이 있다고 우려했지만, 자신의 학교에서 심각한 양상이 나타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광주에서는 학교 교육과 지역사회의 기억이 학생들의 5·18 인식을 뒷받침해 왔다는 평가가 있다. 박삼원 전남광주 교사노조 위원장은 광주에서 5·18 왜곡이나 극단적인 역사 인식이 상대적으로 덜 나타나는 배경으로 지역사회의 높은 시민의식과 건강한 공동체 정서를 꼽았다.
장 부장은 광주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 외에 지역사 수업과 사적지, 주변 인물과 기념행사를 통해 5·18을 꾸준히 접한다고 말했다. 광주의 초등학교에서는 사회 정규 교육과정의 현대사 단원에서 5·18을 다루고, 5월 기념 주간에 별도의 계기교육도 진행된다.
다만 이러한 교육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 부장은 초등학교에서 받은 역사·혐오 예방교육이 중학교에서도 이어지지 않으면 학생들이 또래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온라인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백형대 교사는 "어떠한 근거를 삼을 때 참고 문헌이나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걸 강조한다"고 말했다.
박정은 교사는 재단이 만든 5·18 교과서와 퍼즐 등을 활용해 수업한 경험을 소개하며 기존 교육자료는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왜곡 주장과 조롱에 답할 자료는 더 구체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 부장은 정확한 자료의 보급과 함께 이를 지역사·인권교육에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5·18의 가치를 학생들의 일상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역사 학습을 민주주의 교육과 연결하거나 정보 판단 능력을 여러 교과에서 기르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 교육장관회의는 올해 6월 기억교육 권고안을 개정해 반유대주의와 허위정보, 디지털 미디어와 인공지능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응하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핀란드는 초등·중학교 국가 핵심 교육과정에서 '다중문해력'과 '정보통신기술 역량'을 범교과 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진제공 :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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