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경유 거래에 합의했으나, 이번 조치가 글로벌 원유 시장 및 유가 안정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시적 성과를 필요로 하며, 푸틴 대통령이 외교적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양국이 합의한 경유 물량은 10월 30만 톤, 11월 50만 톤 등 총 80만 톤(약 600만 배럴) 규모이다. 이는 미국의 하루 반(1.5일) 치 경유 소비량에 불과한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추가분을 포함해 최대 480만 톤까지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투자사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의 댄 피커링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합의에 따른 공급 물량 증가 폭이 5~6%에 그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는 세계 디젤 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톤 단위를 사용한 것에 대해 일반인이 보기에는 더 커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는 정치적 행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구조적인 한계도 뚜렷하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루 3천만 배럴에 이르는 글로벌 수요에 비해 공급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리서치사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케빈 북 상무이사는 일평균 공급량이 기존 러시아 수출량(80만 배럴)을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정책연구재단의 마이클 린치 연구원은 미국이 러시아산 디젤을 들여온다는 것은 기존 구매처들이 다른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라며, 결국 가격은 현재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글로벌 순공급 증대 없이 기존 공급선만 재배치되는 '돌려막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러시아는 상당한 반사이익을 거두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겨울철 농업용 수요 급감으로 남는 하절기 경유 재고를 처분하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 동맹국 간의 대러 제재 전선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클레이턴 시글 에너지 전략가는 이번 거래가 재고 처분에 나선 러시아에 "엄청난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유라시아그룹의 그레고리 브루 분석가는 푸틴이 트럼프에게 '호의'를 베푸는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하길 기대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에드워드 피시먼 선임연구원은 이번 합의가 대서양 동맹 내부의 분열을 더욱 부추기려는 공허한 약속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폭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률이 60% 안팎에 머무는 상황에서 실제 합의 물량을 온전히 인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케이플러의 미셸 브루하드 국장은 이번 합의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디젤이 대체 어디에서 나올 것이냐며, 현재 러시아는 수출이 문제가 아니라 정유시설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부의 정치적 반발도 거세다. 대러 제재를 강화하는 '2026 린지 O. 그레이엄 대러시아·대이란 제재법'이 통과된 지 한 달도 안 돼 합의가 성사되면서 의회의 반발을 샀다. 미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이번 결정이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활로를 열기 위한 필사적인 시도로 우크라이나와 동맹들을 팔아넘긴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유가 시장의 반응도 냉담하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디젤 평균 소매가는 갤런당 6.28달러로, 역대 최고치(6.52달러) 부근에서 요지부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 :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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