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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사랑을 숙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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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물방울, 빛 존재 하나하나가 쾌락 속에서 죽어가는 시간. 나뭇잎들은 눈부시게 물이 들고 떨어져 바람에 흩날리다 흙에 얼굴을 묻고 소생을 기다린다. 시간이 멈추어 선 듯한 고요함. 이 순간의 힘찬 현존 앞에서 가을은 기막힌 광채를 드러내고 우리는 어떤 새로운 존재에 대한 느낌을 가지고 생명의 황홀한 재생을 꿈꾼다. 나는 이를 사랑이라 부른다. 문학사에는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사랑이 만든 작품들은 새로 태어나며 생명을 지니고 보배로운 유산으로 남는다. 나의 삶에 가장 심오한 힘으로 작용하여 각인된 것 하나는 ‘릴케와 루의 사랑’과 <두이노의 비가>이다. 이탈리아 베니스에 묵던 10월 한 날, 나는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의 <두이노의 비가(Die Duineser Elegien, 1926)>의 산실을 찾아 갔다. 그날은 내가 스위스의 리론(Raron) 교회 묘지에 잠들어 있는 릴케를 만난 직후였다. 일정은 베니스의 산타루치아 역에서 열차를 타고 트리에스테에 도착하여 버스를 바꾸어 타고 두이노로 가는 세 시간 반 정도의 여정이다. 두이노는 정말 손바닥만 한 작은 마을이다. 도시 전체가 두이노 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릴케는 1911년 10 월부터 일년 동안 두이노 성에 머물면서 <두이노의 비가>를 시작하게 된다. 릴케가 사랑한 여인은 루 잘로메(Lou Andreas–Salome, 1801-1937)이다. 러시아의 작가이며 정신분석학자로서 아름다운 육체와 마력적인 영혼으로 19세기 유럽의 전 지성들을 광란의 회오리에 말려들게 하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루가 방안에 들어오면 마치 태양이 떠 오르는 것 같다고 했다. 릴케는 루를 깊이 사랑한다. 뜨겁게 욕망하며 깊은 존경을 바친다. 그의 편지글을 보자. “오늘도 너 없이는 하루가 완전치 않구나 / 내 마음은 너를 찾아 헤메고 / 너의 목소리 너의 숨결을 그리워한다.” 사랑은 두 사람을 존재 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서로의 눈 속에서 잠기고 서로의 손길 속에서 그들 세계는 흔들렸다. 릴케와 루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심장 속에서 숨쉬며 서로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서 두 사람이 사랑 자체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 사랑은 길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두이노 성의 꼭대기로 올라왔다. 1월 어느 날 릴케가 루의 부재에 대한 깊은 고독과 싸우며 거닐었던 절벽 위의 길이다. 루의 육체를 통하여 삶의 아름다움과 환희를 확인하고 삶의 가장 찬란한 꿈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던 릴케에게 루의 부재는 모든 것의 상실이었다. 그러나 이 감성적 사랑은 열 편의 비가 안에서 소생하여 존재론적인 사랑으로 부활한다. <두이노의 비가> 제1과 제2를 보자.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사랑에 대한 고통스런 통찰이다. “누가, 내가 부르짖을 때 나를 들어줄까 천사들의 계열에서는 누구도 듣지 않으리라 설사 그들 중 누군가가 나를 갑자기 가슴에 안는다면 나는 그 강력한 존재 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리라”. 제2 비가는 사랑은 단순한 감성, 위안이 아니라 인간의 고독을 더 깊이 들어내는 경험임을 알려준다. 사랑은 연합을 꿈꾸면서 서로를 안고 함께 숨쉬려 하지만 서로를 붙잡을 수 없다. 서로의 심장 속에서 숨 쉴 뿐, 당신의 부재에 대한 아픔과 존재의 근원적 고독을 안고 살아야 한다. 나는 절벽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본다. 릴케의 사랑의 갈망과 상실과 고독에 마음이 아프다. 성과 하늘의 거리가 너무 크다, 한계적인 존재인 우리들…. , 그 사랑의 불완전함 과 비애 앞에서 나 또한 참았던 울음을 토하고 만다. 다시는 만날 수 없겠지만 문학적 사유에 불을 지펴준 당신에게 이글을 바친다. <계속> 송영옥 교수(영문학 박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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