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5개 기독교 교회와 단체가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활용을 위한 공동 윤리지침을 발표했다. 이들은 AI 활용의 기준을 기술적 효율성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에 두고, 목회상담 관련 비밀정보 보호와 AI 결과물의 검증, AI 활용 사실의 투명한 공개 등을 강조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스위스개신교개혁교회(EKS), 스위스주교회의(SBK), 자유교회연합체프라이키르헨(Freikirchen.ch), 스위스구가톨릭교회, 스위스복음주의연맹(SEA)은 지난 12일 ‘디지털 시대의 인간성’이라는 제목으로 10개 윤리지침을 공동 발표했다. 이 지침은 교회와 지역교회, 기독교 관련 기관을 주요 대상으로 하며, 사회 전반의 AI 윤리 논의에도 기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침은 “기독교적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성은 생산성이나 유용성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이며, 기술은 인간과 공동체의 복지에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10개 원칙은 ▲인간은 기계와 다르다 ▲관계는 신체적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인격 형성은 위임할 수 없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진실에는 검증과 투명성이 필요하다 ▲의사결정 참여를 보호해야 한다 ▲인간은 데이터 이상의 존재다 ▲디지털 영역에서도 생태적 책임을 져야 한다 ▲디지털 권력에는 한계와 참여가 필요하다 ▲AI 혁명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등이다.
특히 교회 현장에서의 AI 활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지침은 “설교와 교육, 언론·미디어 활동, 상담, 모금 등에 AI를 활용할 경우 결과물을 출처와 대조해 검증해야 한다”며 “인용문과 사실관계, 법률 정보도 별도의 확인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목회상담과 관련해서는 비밀이 보장돼야 하는 개인정보를 AI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도록 명시했다. 개인정보나 민감정보를 입력하려면 데이터 저장 위치와 추가 이용 여부, 보관 기간 등이 계약상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상담이나 지원을 요청한 사람과 직원, 자원봉사자를 AI로 프로파일링하는 행위와 민감한 영역에서 완전히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활용 사실을 투명하게 알리는 것도 주요 원칙이다. 상담과 목회 돌봄, 교육, 의사결정에 AI를 활용하거나 개인과의 의사소통 및 저작물 작성에 AI가 영향을 미쳤다면 이를 공개해야 한다. AI가 관여한 업무에서도 최종적인 책임은 반드시 특정 개인에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교와 관련해서는 설교자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작성한 내용을 충분히 숙고하고 신앙적으로 소화하지 않은 채 전달할 경우, 교회 커뮤니케이션의 깊이와 진실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적 권위와 신뢰, 친밀감을 AI 도구를 이용해 사람을 조종하는 데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침은 “실시간 번역과 자동 녹취, 문자·음성 변환 기술은 질병이나 장애, 언어 장벽으로 인해 교회와 사회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익명화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외로움과 빈곤, 돌봄이 필요한 상황을 조기에 파악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과 권력 집중, 데이터센터의 전력 및 냉각수 사용, 전자폐기물 증가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특히 AI 기술을 소수 기업이 통제하는 상황에서 교회와 학교, 공공기관이 특정 기업의 시스템에 의존하게 될 위험과 기술 발전에 따른 부담이 저소득 국가와 취약계층에 전가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리타 파모스 스위스 개신교개혁교회 총회장은 “AI는 우리가 배우고 일하며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스위스의 교회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샤를 모레로 스위스 주교회의 의장도 “AI를 논하는 일은 인간을 논하는 일과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동 발표 단체들은 이번 지침이 AI를 무조건 수용하거나 거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의 가능성과 위험을 비판적으로 살피면서 책임 있는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침은 앞으로도 검토와 보완을 이어갈 예정이며, 오는 20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리는 ‘기계 속 유령’ 심포지엄에서도 소개되고 논의될 예정이다.


사진제공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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