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기독교를 국가 정체성과 연결하는 성향이 강한 집단이 기독교 유산을 수호하는 데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실제 교회 출석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종교·사회 연구기관 테오스(Theos)는 10월 10일 ‘기독교 민족주의를 넘어: 오늘날 기독교와 영국 정체성에 대한 태도’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4월 영국 성인 1,7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기독교 신앙과 영국인 정체성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기독교와 영국인 정체성의 관계에 대한 응답을 분석해, 조사 대상자를 다섯 집단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정체성 통합주의자’(Identity Integrationists) 집단은 전체 응답자의 11%를 차지하며, 기독교를 영국의 국가적·문화적 정체성과 강하게 연결하는 성향을 보였다. 이 집단에서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비율은 81%였지만, 매주 교회에 출석한다고 답한 비율은 13%에 그쳤다. 기독교적 가치와 유산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90%에 달했다.
이 집단은 난민과 종교적 다양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기독교적 가치가 난민을 환영하고 지원하도록 요구한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19%, 공적 영역에서 종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30%였다.
반면 ‘신앙 통합주의자’(Belief Integrationists) 집단은 전체 응답자의 13%를 차지하며, 기독교와 영국의 정체성을 연결했지만, 종교적 실천과 신앙생활에는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매주 교회에 출석하는 비율은 31%였으며, 기독교적 가치가 난민을 환영하고 지원하도록 요구한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48%였다. 공적 영역에서 종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응답도 63%로, 정체성 통합주의자 집단보다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34%를 차지한 ‘확고한 분리주의자’(Committed Separatists)는 기독교를 영국인 정체성과 연결하는 데 반대했으며, 이민과 문화적 변화에도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전체의 16%인 ‘문화적 분리주의자’(Cultural Separatists)는 기독교와 국가 정체성의 결합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이민과 다른 문화·종교 정체성의 영향력에는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전체 응답자의 26%를 차지한 ‘가치 통합주의자’(Values Integrationists)는 기독교인이어야 영국인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기독교가 영국의 가치관과 문화, 제도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기독교 유산을 보존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 구성원의 자격을 기독교 신앙과 직접 연결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기독교와 국가 정체성의 관계에 대한 태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기독교 민족주의를 하나의 통일된 운동으로 규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영국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종교와 국가 정체성의 관계도 살펴봤다. 전체 응답자의 55%는 지역 교회가 문을 닫고 모스크로 바뀐다면 불쾌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37%는 이슬람권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유럽의 백인 인구를 의도적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이른바 ‘대체 이론’(Great Replacement Theory)에 동의했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만으로 영국에서 기독교 민족주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는 특정 시점의 인식과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장기간에 걸친 변화 추이를 직접 입증하지는 않는다.
영국성공회 관계자와 종교 연구자들은 기독교가 국가적 상징이나 문화적 유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기독교 신앙은 실제 삶에서의 실천과 이웃에 대한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영국 사회에서 기독교에 대한 문화적 소속감과 실제 신앙생활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진제공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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