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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종교개혁가 루터, 성상 척결 문제에는 미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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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루터 이코노클래즘 인식
급진파 칼슈타트와 선명한 대비
형상, 구원 불필요… 악은 아님
숭배 않는 한, 소유 여부는 자유
‘부정적·긍정적 면’ 양면 제시해
숭배 시 부정적, 교육 시 긍정적
율법주의에 목숨 걸고 싸웠지만
형상만은 허용-경계 사이, 중립
성상파괴운동 iconoclasm
현대 기독교인들은 중세 후기 성상 숭배(idolatry)가 얼마나 큰 폐해를 끼쳤는지, 그리고 이런 관행이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반감을 일으켰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카를로스 M.
N.
에이레(Carlos M.
N.
Eire)는 당시 성상 숭배에 대해 “성상 앞에 무릎을 꿇고 절하고 모자를 벗고 향과 양초를 피우고 입을 맞추고 성상을 자비롭고 은혜롭다고 부르며 마치 성상이 정말로 죄를 치유하거나 용서할 수 있는 것처럼 만졌다(War Against Idols,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6, 21쪽)”고 기술할 정도였다.
이에 당시 분개한 안드레아스 폰 칼슈타트(Karlstadt, 1480-1541)가 단호한 척결 의지를 선언하자, 동조하는 사람들이 교회에 설치된 그림과 조각상을 파괴하고 제단을 무너뜨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운동은 ‘종교적 아나키즘(Anarchism, 국가·정부·자본·군대·종교 등 강압적 권위를 모두 부정하며 개인의 자유와 평등, 자율적 협동을 중시하는 정치 철학 -편집자 주)’ 양상으로 번졌고, 시민사회를 긴장시켰다.
비텐베르크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바르트부르크 성(Wartburg)에서 돌아온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는 우상파괴주의자들을 단념시키고 복음적 연합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런데 루터의 접근방식은 칼슈타트의 접근방식과 달랐고 좀처럼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칼슈타트는 성경에서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금지했지만, 루터는 성경에서 금지되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허락했다(Mark C.
Mattes, Martin Luther’s Theology of Beauty, Baker Academy, 2017, 144쪽).
로마서 14장 23절을 인용하며 루터는 불신앙에서 비롯되지 않은 모든 것을 허용하였으며, 이를 교회 미술 문제를 대할 때 적용하였다.
반면 칼슈타트는 우상 금지를 명한 하나님의 계명을 유효한 것으로 이해했다.
“하나님은 성상을 가증한 것으로 여기시며 모든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닮게 된다고 선언하신다.
성화상은 역겨운 것이다.
우리가 그것들을 사랑하게 되면 우리 자신도 역겨운 존재가 된다(Andreas von Karlstadt, On the Removal of Image, 박경수, ‘1521-22년 비텐베르크의 소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한국교회사학회지』 제50집, 2018, 53쪽 재인용).”

칼슈타트는 새긴 상을 만들거나 경배하는 것은 ‘심각하게 비성경적’이라고 간주하였다.
단지 조각품에 불과한 것을 성상이라 부르거나, 그런 것들에 기도를 하며 촛불과 향을 피우는 것은 그 자체로 우상숭배이다.
더욱이 하나님의 거룩한 제단에 성상을 세운다면 그것은 ‘악마적인 것’이다(박경수, 54쪽).
중세 교회의 제단, 성상, 성화 등이 제2계명에 금지된 것임을 들어 파괴하였으며, 나아가 오르간, 그레고리 성가 사용을 금하였을 뿐 아니라 교회 내 성화들과 부속 제단을 제거하였다.
그레고리우스 1세가 성화상을 ‘문맹자들의 책’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성화상은 귀머거리에 벙어리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으며,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못하며 그저 아무런 소용도 없는 육적인 물질에 불과하다(박경수, 55쪽)”고 일축했다.
비텐베르크로 급거 돌아온 루터는 1522년 사순절 기간 행한 설교를 통해 자제를 촉구하였다.
루터는 칼슈타트와 J.
츠빌링(Zwilling)의 급진적인 행동이 개혁의 대의명분을 손상시키고 비텐베르크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보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였다.
그는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폭력보다는 믿음이 연약한 이들을 고려한 신중한 진행을 강조했다.
성상의 문제에 대해 루터는 복음이 전해질 때 두 가지 방식으로 전해지는데 하나는 구전 말씀과 세례와 제단의 성례라는 물질적인 표징으로, 다른 하나는 성경과 믿음, 은사로 전해진다고 보고 그 정도가 어떠하든 외적인 요소들이 우선적으로 행해진다고 한다.
외적인 것을 우선시하는 이러한 입장은 예배와 영적 삶에 광범위한 함의를 지니며 이미지를 바라보는 그의 입장을 대변해 준다(Against the Heavenly Prophets in Matter of Images and Sacrament, 1525).
아테네 신전을 방문한 바울을 상기하며 온갖 우상들에 둘러싸인 모습을 보면서 “아덴 사람들아 너희는 모두 우상숭배자들이다(행 17:16, 22)”고 외쳤지, 우상들을 때려 부수지 않았다고 설교하였다.
바울은 그것들을 억지로 뒤엎어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소동을 피우며 제단을 헐고 성상들을 뒤엎어버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제단을 없애버릴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더욱 굳건하게 세우고 있을 뿐입니다.
… 사도행전 28절 11절에서 우리가 읽고 있는 것과 같이 성 바울은 쌍둥이 형제(즉 Cator와 Pollux)가 뱃머리에 새겨져 있는 배에 타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 배를 파괴하지 않았습니다.
… 하나님의 말씀이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에게 빛을 비추어주어야 합니다(루터, ‘세 번째 설교, 1522년 3월 11일’, 『루터선집』 제10권, 컨콜디아사, 1987, 445쪽).”

루터는 설교와 가르침을 통해 우상숭배자들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지 눈에 보이는 우상을 치운다고 우상숭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즉 눈에 보이는 우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우상을 제거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요, 마음의 우상을 제거하는 일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의 진리로만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성화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시각차를 보였다.
루터가 교회의 성화상이 ‘훈도와 선도의 유익한 도구’와 같이 이로움을 준다고 본 반면, 칼슈타트는 구약의 말씀처럼 성화상의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루터가 중세 교회의 질서를 어느 정도 계승하는 태도를 보인 데 반해, 칼슈타트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명분이 있더라도 폭력성을 띤 개혁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었다.
루터는 개혁의 과정에 있어, 연약한 이들의 보호가 먼저였다.
루터는 성상의 모독에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설교했다(Joseph L.
Koerner, The Reformation of the Image,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8, 157쪽).
루터에 의하면, 형상은 구원에 불필요하지만 악하지는 않다.
사람들이 우상으로 숭배하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형상을 소유할지 말지는 자유이다.
루터에 따르면 “하나님께서는 실제로 우리를 향하여 형상, 교회, 혹은 제단을 지니지 말라고 명령하거나 금지하신 적이 없다(Against the Heavenly Prophets in Matter of Images and Sacrament).”

성상들이 남용될 수 있으나 그것들이 예배의 대상이 되지 않는 한 강제로 폐기할 필요가 없으며, 만일 교회 안에 성상을 마주한 사람이 그것을 보고 하나님을 섬긴다고 상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상숭배라고 주장하였다.
말하자면 루터는 형상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라는 서로 다른 방안을 제시하였다.
‘부정적인 면’이란 형상이 예배 대상으로 숭배될 때이며, ‘긍정적인 면’이란 진리를 가르치는 교육적인 용도로 사용할 때를 말한다.
형상을 가질 수도, 안 가질 수도 있으나 이런 ‘선택의 자유’를 필수적인 것으로 의무화시킨 것은 가톨릭 교회의 실책이며, ‘선택의 자유’에 따라 판단하자는 것이 성화상을 대하는 그의 기본 입장이었다.
요컨대 그는 율법주의와 도덕적 타락에 목숨을 걸고 맞서 싸운 위대한 복음의 사람이었지만, 가톨릭 교회의 형상 척결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이었으며, 형상을 배격하기보다는 허용과 경계 사이의 중립적 자세를 취했다.
서성록 명예교수 (안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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